개 언어에 대해 알게 되면, 우리는 개를 이해하고 개와 대화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다만 그것은 사람의 감각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개의 신호에 한해서이다. 우리는 개가 소리로 보내는 메시지를 알아듣고, 얼굴 표정을 읽거나 접촉에 의한 신호를 해석하고, 의사를 전달하는 춤이나 몸동작을 눈으로 보고 해석한다. 그러나 보통 사람은 영원히 읽어낼 수 없는 개의 중요한 의사 전달 수단이 또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냄새'에 의한 언어이다.
사람의 후각 수용체는 약 500만개로, 냄새에 대한 민감한 정도로 보자면 포유동물 중 최하위에서 세 번째 정도이다. 반면 개의 후각 수용체는 평균 약 2억 2천만 개로 냄새에 대한 민감함은 사람의 44배다. 더구나 개의 코는 그 방대한 후각 수용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진화되어왔다. 무엇보다 개의 콧구멍은 움직일 수가 있어 냄새의 방향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또 냄새를 맡는 방법도 사람과 다르다. 개는 폐까지 숨을 들이마시지 않고,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개의 코 내부에는 사람에게는 없는 뼈와 같은 것이 있다. 들이마신 공기는 이 뼈의 층을 통과하여 많은 냄새의 분자가 그곳에 부착된다. 이 층의 위쪽은 내뱉는 숨으로 세정 되지 않기 때문에 냄새의 분자가 부착된 채 그곳에 모인다. 개가 평소에 호흡할 때는 공기가 코를 통과하여 폐로 내려간다. 그러나 킁킁 냄새를 맡을 때는 공기가 코안에 머물고, 냄새는 농도를 높인다. 즉, 아주 미세한 냄새라도 식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냄새 맡기, 개 코를 따라갈 수 없다.
개의 코가 어느 정도 민감한가를 실증하는 것으로, 군대에서 지뢰 탐사할 때 개가 이용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어느 날, 육군 관계자는 개에게 대단히 어려운 과제를 주었다. 지뢰를 지하에 매장하여 수개월 방치한 후에 개에게 찾게 했다. 지면에 기름을 두르고 불을 질러, 그 냄새를 분간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개의 코를 착각하게 하지는 못했다.
막 태어난 개는 거의 냄새와 촉각에만 의지하여 살아간다. 그들을 제일 먼저 끌어들이는 것은 어미 개의 따뜻한 체온이지만, 어미 개의 젖꼭지를 찾기 위해 후각을 이용한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어미 개의 냄새를 식별할 수 있게 된다. 방 안에 소리를 내지 않고 어미 개를 넣어주면 강아지는 보지 못하는데도 낑낑거리다가 갑자기 조용해진다. 어미의 냄새가 안정감을 주고 기분을 좋게 하기 때문이다.
민감한 개의 후각은 어느 시대에나 경탄을 자아내게 했다.
냄새 묻히기는 세력권의 메시지
개는 사람과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에게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신문을 읽는 것과 같다. 개나 그 밖의 동물은 감정 표현을 위해 페로몬이라 불리는 특별한 냄새를 분비한다. 페로몬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운반한다'를 의미하는 '페리인'과 '흥분시킨다'를 의미하는 '호라만'에서 파생되었다. 예전에는 페로몬이 동물의 수컷에게 암컷의 발정을 알리고 흥분시켜 교미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개체 특유의 이 화학물질이 발정에 한하지 않고 많은 정보를 나누는 데 쓰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이 화내거나 겁먹거나 자신감을 가짐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런 화학반응 물질은 개체의 성별과 연령을 알려준다. 암컷의 경우는 발정기에 있는지 아닌지, 임신 중인지 아닌지, 최근 출산을 경험했는지 안 했는지 등 생식에 관한 정보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경우 냄새를 맡는 것이 종이에 씌워진 메시지를 읽는 것이라고 한다면, 개가 사용하는 잉크는 오줌이다. 즉, 개의 오줌에는 그 개에 관한 정보가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다. 개들에게 인기가 있는 가로수의 냄새를 맡으면 최신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나무는 말하자면 개 세계의 타블로이드판 신문과 같다. 연재소설은 게재하지 않지만, 가십난이나 개인광고란은 확실하게 있다. 다른 개들이 자주 방문하는 장소나 나무의 냄새를 우리 집의 개가 맡고 있는 모습을 보면, 뉴스를 읽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조간의 발문은 이런 식이다.
'지지, 젊은 암컷 미니어처 푸들 Miniature Poodle. 이 근처에 막 이주했고, 친구 모집 중. 거세된 수컷은 거절' '로스코, 건장한 중년 저먼 셰퍼드, 그는 현재 자신이 넘버원이고, 이 마을은 전부 자신의 세력권이라고 선언하고 있음. 이에 불만이 있는 개는 자신의 의료보험이 유효한지를 알아두는 편이 좋다고 말하고 있음.
그럼 개와 사람이 신문 기사를 읽을 때 다른 점은 무엇일까? 사람은 기사를 꼼꼼히 읽을 수 있는 반면, 개는 대개 '발문'을 읽자마자 목줄이 당겨져 다른 곳으로 끌려가 버린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개 주인은 대부분 다른 개가 남긴 오줌 냄새를 맡는 것이 불결하고 꼴사나운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개의 행동을 보면 발로 걷어차 꾸짖는 주인도 있다.
나무가 방뇨 장소로서 적합한 것은 수캐가 수직으로 서 있는 것에 '냄새 뿌리기'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면에서 높은 곳일수록 뿌려놓은 냄새가 멀리까지 날아간다. 그리고 수직으로 서 있는 것이 표적으로 사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냄새 뿌리기의 높이가 자신의 몸 크기를 다른 개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개의 세계에서 몸 크기는 지배성의 중요한 수단이다. 지배성은 암컷보다 수컷에게 더욱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수컷은 방뇨할 때 한쪽 발을 들고 오줌을 높이 날리는 버릇이 있다. 게다가 그 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다른 개가 그 위에 냄새 뿌리기를 하여 메시지를 없애버릴 가능성이 작아진다. 대개 수컷이 한쪽 다리를 올리고 용무를 보지만, 암컷에게서도 종종 볼 수 있다. 그것은 그 암컷의 기가 강하고 자신감에 차 있음을 나타낸다. 지배성이 강한 암컷은 방뇨 때 한쪽 다리를 드는 경우가 많고, 자신감이 없는 암컷은 한쪽 다리를 올리지 않는다. 이것은 생식 기능과도 관련이 있다. 피임 수술을 받은 암컷은 대부분 다리를 들지 않는다. (다만 지배적인 암컷의 경우,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어도 다리를 든다) 근처에 생식 능력이 높은 암컷들이 많이 있는 경우, 대개의 암컷이 한쪽 다리를 든다. 피임 수술을 잘 시키지 않는 덴마크의 암캐들은 피임 수술을 많이 받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암컷들보다 한쪽 다리를 들고 방뇨하는 경우가 많다.
이리나 개는 세력권이나 세력권 내에서의 중요한 장소를 주장하기 위해 오줌만이 아니라 변도 이용한다. 개과동물의 항문 선은 배설물에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 그것은 변을 본 자와 그 변이 남긴 장소에 대한 정보원이 된다. 개들은 이 표시에 많은 구애를 받는다. 개가 변을 보기 전에 사람의 눈에는 무의미하게 보이는 복잡한 의식을 행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대부분 개는 배설 장소를 찾아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닌다. 아마 자신의 세력권과 다른 개의 세력권을 분명히 구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바위나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 관목 밑동에 가까운 잎사귀 등 지면에서 어느 정도 높이가 있는 곳에 변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역시 냄새를 가능한 한 멀리까지 풍기게 하기 위해서이다.
변도 오줌도 마킹으로서 매우 중요하고, 개도 이리도 그 장소에 온 침입자가 확실하게 그것을 알아차리도록 후각만이 아니라 시각에도 호소할 수 있는 표시를 남긴다. 또한 대부분의 수캐, 그리고 꽤 많은 암캐가 냄새 뿌리기를 한 후 뒷다리로 땅을 판다. 긁은 흙을 뒤로 흩날려 배설물 위에 덮는다. 혹자들은 이 행위가 배설물을 감추고 냄새를 없애기 위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고양이는 분명 그런 목적으로 땅을 긁는다. 그러나 개는 다르다. 개는 그렇게 해서 변을 근처에 흩뿌리려는 것이라는 설도 있다. 그렇다고 하면, 개는 효율적이지 못한 습관을 발달시켜온 셈이다. 실제로 땅을 긁는 것으로는 변이 흩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땅을 긁는 행위가 자신이 배설해놓은 장소에 시각적인 표시를 남기기 위해서라는 설이 있다. 그곳을 지나가는 개는 다른 개가 땅을 긁어놓은 흔적을 유심히 보고, 그 장소의 냄새를 맡고 돌아다닌다. 그럼으로써 최신 뉴스를 읽고, 상대의 세력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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